변화와 문화가 있는 교육...'꿈들' 교사, 그들은?
 글쓴이 : 꿈틀1
작성일 : 2018-03-08 13:58    

[사는이야기] 작은 공부방 활약 교육성장네크워크 '꿈들'
"같이 배우고, 나누고, 실천하고...제주교육문화 바뀔 것"

최근 제주교육에는 새바람이 불고 있다. 교사들에게 과도하게 할당된 행정업무를 덜어내고,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실을 지원하는 것은 이젠 하나의 트렌드일 정도다.

그러나 정책은 정책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문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한들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 위 누각과 다름이 없다.

이 가운데 제주 교육문화의 판도를 바꿔보겠다고 두 팔을 걷고 나선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이다.

'꿈들'은 지난 10년간 지역아동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활동을 펼쳐 온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학생들의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재학 중인 학생들 뿐만 아니라, 공부방 교사를 거쳐간 현직 교사들을 비롯, 일반 교사, 청년활동가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최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 요즘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상생하는 교육센터를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16일 저녁 제주시내 모 카페에서 '꿈들'을 마주했다. 공부방 1기로 '꿈들'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형민 교사(34.새서귀초)와 현재 공부방 방장을 맡고 있는 대학생 성예령 씨(21.여.제주교대), 공부방 출신은 아니지만 의기투합해 '꿈들'에 합류한 김찬경 교사(31.무릉초중)와 함께 했다.

   
왼쪽부터 김찬경 무릉초중 교사, 대학생 성예령 씨, 김형민 새서귀초 교사.<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건입동의 한 가정주택에 마련된 '푸른 꿈 작은 공부방'에서 지역아동들이 방과 후 미술활동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꿈들'은 지난 2006년 제주교대 총학생회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푸른 꿈 작은 공부방'에서 시작됐다. 방과 후 초등학생들에게 따뜻한 쉼터를 내어주는 동시에, 이론에 몰두해 있는 교대생들에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공부방은 여름.겨울방학 각각 2주를 제외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4시부터 7시, 토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매일 3시간씩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한 가정주택 1층에서 진행된다.

수업이 끝나고 공부방에 도착한 아이들은 음악활동이나 보드게임을 한 뒤 간식시간을 갖고, 과학탐구, 전래놀이, 미술활동 등 대학생 교사들이 직접 준비한 수업에 참여한다. 토요일에는 다양한 체험활동과 함께 어린이 자치회의가 이어진다.

이 외에도 4월 5일 '공부방 탄신일', 어린이날 소풍, 방학 중 여름.겨울캠프, 운동회, 음악회, 할로윈, 성탄절까지 손에 꼽기도 어렵다.

그렇게 5~6년이 흐르더니 공부방 초창기 멤버들은 어느새 장성한 교사들이 돼 있었다. 그 때부터는 선순환적으로 공부방 예비교사 연수도 함께 이뤄졌다고. 생초짜(?) 교사들의 좌충우돌 성장담이 주 참고서였지만, 대학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현장감 있는 강의들이었다.

모든 운영은 후원진 덕분이었다. 공부방을 거쳐간 현직 교사들부터, 제자들을 지켜봐 온 교수진, 일반 교사 등 개인 후원자들까지 선뜻 주머니를 열었다. 여기에 대학교 지원금과 공동모금회 지정기탁금까지 더해졌다.

문제는 구도심에서 30년 이상을 버틴 공부방 공간이었다. 늘어난 아이들에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비가 오면 비가 새질 않나, 마루는 가라앉고, 겨울에는 난방까지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었던 것.

올해는 정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난 4월 '건물 신축'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듬달에는 소식을 접한 지역구 의원들과 제주교대 동문.교수진, 공부방 출신 교사들, 이들의 활동에 공감하고 있던 교사들까지 두 팔을 걷고 추진위를 꾸렸다.

이달 초순에는 본격적인 재원마련을 위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절차까지 마무리됐다. 그렇게 탄생된 것이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 공부방 멤버를 주축으로 이에 뜻을 함께 한 일반 교사들까지 총 107명이 멤버다. 최근에도 이틀 만에 교사 수십명이 동참의사를 밝히는 등 교육계에서 꽤 인기를 얻는 모양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최근에는 제주대 유휴토지 500여㎡를 확보하는 데 이르렀다. 준공 목표는 내년 3월. 남은 건 1억원이 넘는 건물 신축 재원마련 뿐이다. 후원금 마련에 여념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꿈들'의 신축 건물이 들어설 부지 앞에서 '꿈들' 교사,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그렇다고 '꿈들'이 단순히 공부방을 신축하기 위해 급조된 조직이라고 생각하다면 큰 오산이다. '꿈들'은 지난 10년간 교사들의 치열한 헌신과 반성, 고민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공부방 1기인 김형민 교사는 꼭 10년을 맞은 올해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술 마시면 그 얘기 뿐이었어요. '얼마나 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10년은 꽤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라고 웃어 보였다.

"그 시간에 과외를 해도 되는 거죠. 특히나 전문성이 확보된 상태도 아니고, 검증된 프로그램을 갖고 와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민의 연속이에요. 그런데 이건 어쩌면 나중에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당연히 거쳐야 될 과정이 아닐까...그 과정을 여유 있게 일찍 접할 수 있는 건 어쩌면 행운"이라던 그였다.

현재 공부방 방장을 맡고 있는 대학생 성예령 씨도 공감했다. 예령 씨는 "공부방 출신 교사가 나오면서 예비교사 연수도 진행됐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공부방에 대한 고민들부터, 교사로서의 가치관에 대한 고민까지 툭 터놓고 조언받을 수 있었죠. 기다려 주고, 도와 주고, 지켜봐 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의 활동에 공감해 올해 '꿈들'에 합류한 김찬경 교사는 "출발선이 다른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공부방에 있는 후배들은 오늘도 아이들과 맨몸으로 부딪치고 있어요. 보통은 교사가 되고 나서야 그 고통을 알게 되는데, 이야기해 보면 '20살인데 이걸 어떻게 알고 있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사가 되면 확실히 알아요. 대학 때 이론과 경험의 균형이 많이 깨져있었다는 걸요. 사랑을 글로 배우면 안 되는 것처럼 이론으로만 배웠던 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른다는 건 심각한 문제예요. 짧은 실습기간은 교사로서의 가치관을 고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라고 토로했다.

'꿈들'이 매력적인 것은 선순환적 구조라는 점. 공부방은 매년 열정 가득한 신입생들로 채워지고, 공부방에 있던 학생들은 교사로 성장해 다시 학생들을 도우러 공부방을 찾는다. 여기에 기존 교육에 갈증을 느끼던 이들의 같이 배우고, 나누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더해져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꿈들'.<헤드라인제주>

이들은 오늘날 다시 10년을 내다보며 "이런 구조가 제주 교육문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단언했다.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로 외면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의 내실을 다지고, 건물 신축을 계기로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들을 발굴해 낸다는 계획이 그 바탕이다.

공부방의 경우 인력풀이 확대된 만큼 교육 프로그램과 예비교사 연수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현재 초등학생 범주인 지원대상을 중학생까지 넓히는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센터 내 작은도서관 조성과 학부모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 운영 등도 논의선상에 있다.

결국 공부방에서 시작한 '꿈들'은 학생에서부터 예비 교사, 현직 교사,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있어서 모두에게 자유로운 '열린 공간'이 되는 셈이다.

이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지금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일 서로 감동하면서 만난다고, 상상하고 싶은 대로 상상할 수 있어 행복하다던 이들이었다.

"교사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교육에 대해서 고민한 뒤 아이들을 만났을 때 교사로서 성장했다는 만족감에서 오는 행복이요. 지금 저 되게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 김찬경 교사

"저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제가 알게 된 넓은 세상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같이 성장하고 싶어요" - 대학생 성혜령 씨

"(웃음) 재밌어요. 앞으로도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 김형민 교사.<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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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란 headlinejeju@headlinejeju.co.kr